_정말로 궁금해서 묻는 것인지, 건넬 말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처음 본지 얼마 안된 사람들이 다짜고짜 묻는다. "직업이 뭐에요?" 스리슬쩍 웃으면서 '백수' 나 '프리랜서'라고 말하면 편하고 만만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누군가 나를 무시하려 든다면 내세우고 싶은 직업이 두개가 있는데, 하나는 '서핑 사진가(영상 제작자)'이고 다른 하나는 '요트 사진가(영상 제작자)' 이다. 서핑 사진으로는 한국 내에서 돈을 벌 수 있을만한 기업환경이 만들어 져 있지 않기 때문에 '직업'이라고 두기는 애매하지만, 요트 사진으로는 운이 좋으면 일년에 백 만원 정도를 벌기도 하므로 '요트 사진가'는 직업이라고 할 수도 있다.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그게 직업이 됩니까? 어떻게 먹고 삽니까? " 그러게 말이다. 먹고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소개팅이라도 즐겼으면 백발백중 퇴짜 맞을 조건일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기껏해야 겉멋으로만 보이는 이러한 타이틀에 집착하는가?
<부산 매치레이스 요트팀-코리아컵 매치레이스 국가대표팀 연습 동영상- 혼자서 촬영하고, 편집하였다>
본 영상은 부산시에 제공되어 해운대 해수욕장 LCD 전광판에 2010년 봄부터 여름-현재까지 상시 상영 되었다.
_요트 상식 없이는 요트 영상을 찍을 수 없다. 찍는다고 해도 요트인들이 보기에 엉망인 것들을 겨우 만들 수 있을 뿐이다. 여러번 매체에 농락당해 방송 자체를 원하지 않는 요트씬에서는 촬영에서 부터 어디에서 찍어야 할지 아무도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모두 바쁘게 움직이고, 그들의 동선에 방해가 되지 않는 것이 첫째인데, 배의 곳곳을 뛰어 다니는 선수들을 피하기란 쉽지 않다(그리고 라이프라인조차 없어서 자칫 잘못하면 카메라와 함께 바다에 빠지게 될 것이다) 누가 이런 촬영을 할 수 있을까? 요트 촬영은 내게 그냥 겉멋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분명한 자신감이다. 촬영중, 카메라가 부딪혀 바닥에 나뒹굴었다. 하마터면 바다에 빠질 수도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기에 다행이었다. 하지만 부분부분은 깨져있고, 충분히 시간을 갖고 이성적으로 합리화를 하지 않는다면 아주 속이 상할 수 있는 순간이다. 하지만 계획된 대로 헤헤 웃는다. 그래도 찍혔겠지? 카메라를 일부러 떨어트린 것은 아닌데, 카메라가 떨어지는 영상은 카메라를 떨어트리지 않고는 찍을 수 없으니까.
_'KBS 생생투데이'에서 연락이 왔다. (생생투데이는 평일 오후 여섯시쯤에 하는 프로그램인데 이렇다할 뚜렷한 특징이 없는 VJ특공대+인간극장+맛집프로그램을 대충 섞어 놓은것 같은 프로그램- 대부분은 '아침 방송이야?' 라고 묻는다 ) 항해 계획을 엿보고 흥미를 느꼈다고 하는데, 공지사항에 자세하게 나와있는 항해 계획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들을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사실 우리쪽에서 KBS에 일하는 지인에게 먼저 정보를 흘렸고, 아이템 자체가 생소하므로 위험부담이 크지만, 또한 성공했을때에 대박이 날 것이라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항해 시작 전에도 공중파 방송국들에서 몇번정도 먼저 촬영 제의가 들어왔었지만, 방송에 제멋대로 놀아 나는 것이 싫었다. (나는 항해전 여의도 MBC에서 직장 생활을 했고, 그 이후 케이블 방송에 출연자로 출연하기도 하면서 꿈꾸는 방송윤리와 현실의 괴리를 상처로 새겼다. 미디어법이 문제라고 하지만 그보다 우선 제멋대로인 방송사들-특정 프로그램-의 PD들, 작가들이 문제다-이 이야기는 민감하므로 차차 풀어내겠다) 뭐, 지인이 끼어 있는데 크게 놀아나기야 하겠는가?, 그리고 항해 중반을 지난 시점에서, 생각보다 소통의 기회가 없었기에 흔쾌히 받아 들였다. 몇시간을 작가가 궁금한 것들을-블로그에 다 나와있지만-설명해 주고 부산에서 촬영 일정이 잡혔다.
_곧바로 촬영 진행이 되면 카메라 녹화불이 들어 온걸 보면, 대체로 제작진이 시키는 대로 리액션을 하게 되는 것이 싫어서, 몇가지의 당부를 하고자 작가를 우선 만났다. 온전한 다큐멘터리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놀림감이 될만한 여지의 연출은 절대 원하지 않는다. 라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촬영에 있어서 필요없는 그림들(부산에 왔으니 자갈치 시장에 가서 시장 아주머니께 가격을 깎아달라고 하는 식의 진부한 연출과 같은)을 빼는 것과 같은 촬영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나또한 방송사 출신이고, 화려하진 않지만, 단편영화 촬영 감독의 경력과 다큐멘터리 제작 경험을 토대로, 대화를 주도했다. (주도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요트라는 특수 매체는 맛집에 가서 "맛있어요"를 스케치 하는 것과는 다른 분야이기 때문이다) 나는 또한 ISAF(국제 세일링 연맹) 주관의 국제 공인등급 1등급 대회 '부산컵 여자 매치레이스' 대 회의 사진과 디자인 총 책임자이기도 하다. 한국땅이 좁아서인지, 내가 사진을 잘 찍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지금까지는 요트 사진은 내가 우리나라 최고다. 누구든 부인하기 전에 사진을 봐 주기를 바란다. (비싼 망원렌즈로 멀찌감치서 안정적으로 찍는 사진 보다는 표준계열, 혹은 광각계열의 렌즈로 경기중인 요트에 가장 근접해서 촬영할 기회를 얻기 때문인데, 이는 개인적인 노력-심판정에 탑승하게 되므로 바닷물을 통째로 뒤집어 쓴다. 카메라에게는 쥐약이다. CPL필터를 사용하기 위해 하우징은 쓰지 않는다- 과 부산 요트협회와의 친분-예전의 선수생활이나 친동생이 협회에 몸담고 있는 점과 같은-과 한국 요트의 미래 같은 말을 써서 국제 심판들을 설득할 수 있었기 때문에- 누구도 그러한 기회를 아직은 얻지 못했기 때문에- 내 사진이 최고라고 말하는 것이다)
_제작진에게 이러한 잘난체를 조금 하여 안심을 시키고, 촬영 계획을 잡았다. 일사천리였고, 모든것이 순조로워 보였다. 촬영 감독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칠십 몇년생이라고 해봤자 팔십년생에 더 가까운 감독이라고 자칭하는 사람은 이십분이나 지각을 했다. 뭐 그런건 아무래도 괜찮다. 그렇다. 이런곳에서 감독 흉을 세세하게 보는건 그 감독이라는 타이틀에 상처가 될 수 있으므로 삼가하겠다. 요점은 작가에게 몇시간이나 설명했던 부분을 아예 모르고 있었고, 리액션(자신이 질문을 하고 우리가 답하게 하는것)을 시키는 것을 완벽하게 구사할때까지 계속 반복했다. 중간중간 은근슬쩍 말을 놓으며 방송 6년차 감독이라고 자청하는 콧수염을 길렀지만, 바다와 어울리지 않는 청바지를 입고와서 요트 촬영에서 물이 튀는 것을 걱정하는, 협회의 사람들에게 음식점 인터뷰 찍듯 예의없는 태도로 공공연 하게 부탁을 하는, 국회 촬영에 갔더라도 제 멋대로 돌아다니면서 여러 사람이 일하고 있는 곳에 동의없이 헤집고 다닐 수 있는 사람일까? ENG캠도 아니고, 크게 비싸지도 않은 소니 6mm HDV캠을 들고와서 비싼거라고 물튀면 안되는 거라고, 캠코더 보다도 약해보이는 태도의 그 사람은, 아무리 봐도 '촬영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주기는 힘든, 프리랜서 VJ였다. (명함을 주지는 않았지만, 명함이 있다고 해도 방송사 측에서 기죽지 말라고 만들어 준 것일 뿐임을 알고 있다-) 제작진이 아닌데도 오히려 촬영의 모든 계획을 잡아주고 각종 편의를 봐준 나는, 대한민국 요트씬의 미래를 위하여. 라는 큰 마음으로 적당히 참고 넘어가려고 했다. 결정적으로 폭발한 것은 내가 띄워준 모터보트로 우리가 탄 배를 따라오면서 찍는데, 초고층 빌딩에 가려 바람이 하나도 없는 바다에서 보트로 1분만 더 나가면 바람이 있는데, 몇번이나 약간만 더 나가서 촬영하자고 말해줘도 (처음부터 자기식대로의 머릿그림, 그리고 대충대충 촬영해도 대충 그림이 나오니까, 이러나 저러나 똑같다는 식으로) 계속 이리로 와라 저리로 와라 나에게 화를 내면서 "내 말 못알아 듣겠냐? 다시 말해줄까?" 의 말에서 폭발했다. " 나 당신보다 잘 알아. 당신이 말하는거 전부 아는데, 아까부터 왜 다짜고짜 이래라 저래라에요?"
_나는 작지만(소신있는) 단편영화에서 촬영 감독을 해보기도 했고, 다큐멘터리 프로듀서로써, 혹은 존경하는 주위의 몇몇 감독님들과의 술자리에서 대화를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고 생각한다. 직업적 성취보다는 직업 운리에 대해서, 나는 우매한 시청자라기 보다는 방송은 이래야 한다. 라는 방송철학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방송을 유심히, 또 즐기며 볼 수 있지만 쇼 프로그램이나 연출 프로그램과 같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는 프로그램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아니, 그들이 그들식대로 꾸며내고 있는 세상이 불쾌하기도 하다. 그럴때에는 TV전원을 끄면 된다. 그래서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보다 방송과 영상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것이다.
_처음에는 광고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돈 주는 사람 마음대로 좌지우지 되는 광고에 인생을 걸기는 싫었다. 이득을 취한다고 한들, 큰 승리감을 얻을 것 같지는 않았기에, 자연스레 남의 일을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게 된 것 같다. 방송은 시대의 윤리를 따른다고는 하지만, 방송도 마찬가지 였다. 돈 주는 사람 마음대로, 혹은 촬영 스케줄대로, 모두의 편의대로 대충대충 만들어 지는 것들이 오히려 한국 방송시장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것 같았다. 일개 제작자로써 시스템을 바꿀수도 없는 노릇이므로, 택한 것이 다큐멘터리다. 온전히 타인에 집중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낼 수 있는 방법으로, 보다 독립적이고, 순수한 촬영의도를 잃지 않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지적 호기심 덕분에 다큐멘터리 제작 윤리에 대한 책들을 몇권 읽고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시작 할 수 있었는데, 그에대해서 궁금하다면 서점에 가서 다큐멘터리 관련 서적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모두들 하나같이 비슷한 답을 내 놓는 다큐멘터리의 역할은 '문제제시' 그 자체다. 그러한 점이 마음에 들었고, 다큐멘터리 제작자로써 세상을 관찰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
_작은 문화가 매력적이었다. 큰 문화에는 항상 돈지랄이 있다. 돈이 오고가는 것이 힘이고 매력이라고 하지만, 누구든 개인을 어쩔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조직 자체가 아니라, 조직에 얽힌 돈이다.( 물론 빨갱이처럼 짜놓여진 모든 안정적인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 고등학교때 부터 알게된 한국 스케이트 보드 씬, 그리고 펑크락 씬, 스트레이트 엣지 하드코어 씬, 서핑씬, 작은 씬이었지만 학교 동아리처럼 힘이 없지는 않았다. 오히려 세계 통합적이고, 유대관계가 깊고, 문화 자체에 대한 동경심이 순수하고, 적당한 돈놀음에 놀아나지 않았다. 매력있는 문화를 접하면 사진가(다큐멘터리 제작자)는 자연스레 흥미를 갖게 되는데, 접근 방식이 문제가 될 것이다. 작은 문화라고 해서 쉽게 보고 접근한다면 퇴짜를 맞기 쉽상이다. 그렇다고 대충 숙이고 들어가 자신의 이익만을 챙긴다고 하더라도 서로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작지만 강력한 씬은 불필요한 사람들을 원치 않고, 겉햛기식으로 퍼담아 기록되는 결과물은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흥미로운 문화의 일부이고 싶었다. 다시말해 씬의 일부이고 싶었다. 그 문화를 구성하고 있는 객체가 되어야 문화를 이해하고 기록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동경했던 '기자'에 대한 꿈은 자연스레 사라졌고, 자연스레 프리랜서가 된 것일까? 하지만, 좋았다. 내가 속한 씬의 음악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증명하고, 우리 나라 바다에서 서핑을 하는 것을 알리고, 요트 선수들의 활동을 알리는 것 모두, 나는 그 문화의 일부였고, 어떤 면에서는 그들을 순수하게 기록한 1세대라 생각하고, 그래서 인지, 더 잘하고 싶었다. 부족한 나를 보고 누군가 보고 더 꿈꿀 수 있도록, 그래서 정보를 쉽게 공개하고, 누구든 관심있는 사람에게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TED 개념을 보고 이거 내껀데! 라고 생각할 정도로 내것을 퍼주는 데에 열심일 것이다- 물론 돈과 관련된 목적이라면 더이상 하고싶은 얘기가 없다) 문화는 자연스럽게 자라나고 사라진다. 문화를 문화로 남기는 것은 온전히 기록자의 몫이라고 생각하기에, 기록 노하우에 대한 공유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다. (그리하여 운좋게 서울대학교에서 사진실기 특강 강사로 나가기도 했다-지식 공유에서는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항상, 참신한 생각은 다른 참신한생각을 낳기 때문이다)
_기록자의 행동양식은 자연스레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공연사진을 찍기 위해서 무대위에 올라가 앰프선을 밟거나 드럼 위에 올라갈 수는 없다. 최소한 공연에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 서핑사진도 마찬가지다. 서퍼들의 코앞을 가로막고 사진을 찍어서는 안된다. 요트사진은 어떤가. 매치레이스 대회의 요트에는 라이프라인도 없다. 촬영하다가 발을 헛디디기라도 하면 바다에 빠진다. 그런 피해를 주면서 촬영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살아있는 문화에는 모르면 가만히 있어야 한다. 찍기 위해서는 그 문화를 알아야 한다. 존중 만으로는 안된다. 존경심이 있어야 한다. 힙합퍼들이 형제 운운하며 리스펙트를 외치는 것 처럼, 모든 문화의 기록을 위해서는 존경심이 필요하다. (띄워주기 식이 아니라 비판하기 위해서도 촬영 과정에서는 존경심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 사진작가들은 살해당하거나, 다시는 그 문화 사진을 찍지 못하기 일쑤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이것은 예의와 관련된 이야기 이다. 기록자로써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문화적 오해는 발생되는 것 같다. 기록자는 항상 자신을 바람이나 구름처럼 자연스레 스치고 지나야 한다. 우박처럼 내리거나 눈처럼 쌓여서는 안되는 것이다. 많은 부분을 알고 있으면서도 순수하게 접근 할 것,
_거친문화를 촬영하기 위해서는 큰마음을 먹어야 한다. ' 아. 당신 왔어요? 카메라에 물 튀면 안되죠? 카메라 떨어트릴 수도 있겠는데 ' 라고 염려해 주는 순간, 재미없는 사진(영상) 세계가 시작된다. 누군가 염려로 당신의 기회를 막기 전에, 찍을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한 마음으로 카메라에 바닷물을 다 뒤집어 씌우면서도 헤헤 웃으며 촬영을 한다. 이 세상 누구라도, 카메라를 적시지 않고 찍을 수 없는 사진이 찍고 싶다면 적시는 수 밖에는 없지 않은가. 촬영 기회를 스스로 잃기 위해 카메라를 모시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산업혁명 당시에 문제가 되었던 '기계의 노예'와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내게 기계는 나의 일부이자 나의 친구다. 발이 찢어져도 서핑이 타고 싶으면 돌뿌리가 가득한 바다에도 들어가는 것 처럼, 하고 싶은 일이 우선이 된다면, 일정 부분의 손해도 감수 해야 하는 것 아닐까. 나는 그러한 용기 있는 사람들이 좋다. 내 주위의 사람들은 그런면에서 용기 있는 사람들이 많아 나도 용감해 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용기있는 행동에는 항상 희생이 따른다. 거친환경에서 사진을 위해서는 나도, 카메라도 모두 물리적 상처를 입는다. 그래도 나는 아주 이따금씩 내 카메라를 닦으면서 이야기 한다. '그래도 카메라로써 이렇게 사는 것이 가장 신나지?' 내가 찍은 사진을 보고, "아. 역시 사진기가 정말 좋으니 사진이 잘나오네요" 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에게 사진 은 분명히 사람이 사진기를 들고 찍는 것이라고 알려주고 싶다. 반론하기 전에 서핑사진, 요트사진, 하드코어 공연사진을 찍어보라. 분명히 살아있는 촬영하기에는 거친 환경일 것이다. 어쨌든, 내 카메라와 나는 꽤 용감한 편이고, 죽이 잘 맞는 것 같다. 이 관계는 일방적이지만 자본주의의 이점을 취하여 오래도록 지속 될 것임이 분명하다.
_내가 한국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내 문화에 대한 이해에 싹을 이제 틔우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서양문화에 대한 동경 하나 만으로 내가 어떻게 그들의 문화를 잘 담아 낼 수 있을까. 그러한 고민이 나를 한국 안에 가두고 있다. 물론 지금은 하나도 불만이 없다. 관심만 있다면 매력있는 힘있는 문화는 주위에도 얼마든지 있다. 그러한 이유에서 나는 부산을, 한국 요트씬을, 펑크락 씬을, 서핑씬을 사랑한다. 그들이 매체의 힘에 마음대로 좌지우지 되면서 상처 받는 것을 보고 있기 힘들다. 나는, 내 주위의 작은 문화들을 미치도록 아낀다. 내 것이라서가 아니라, 내가 없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돈이 오고 가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억지를 부려서라도 직업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것이 나의 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인생이지 않은가. 나는 이 직업이 참 좋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문화를 멋대로 왜곡하는 모든 매체와 사람들과 가급적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싸우고(물리적인 싸움은 아닐 것이다-나는 그런쪽으로는 꽤 약하므로)싶다.
_촬영을 중간에 엎어 버림으로써 방송 노출에 대한 좋은 기회를 잃었고, 유명해 지지는 못하겠지만, 작지만 고결한 자존심을 지켰다. 그래도 내가 조금씩 바꿀 수 있는 세상은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 누군가는 술마시고 노래 부르거나, 모텔을 돌아다니고 있을 시간에 열심히 글을 쓰고, 마음을 다잡는다. 이 모든것은 자유의지대로 이루어 지고 있는 부분이다. 나는 점점 더 강하고 바른 사람이 되고 있다고 믿는다. 이것은 분명한 사랑의 힘이다.
출처: 대항해시대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