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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101 매거진 창간호 리뷰 !



_101 창간호가 나왔다. 창간 준비호를 보고 기대는 했었지만, 창간호는 진짜 물건이다. 일단 놀란것은 표지의 심플함! 무기교의 기교는 내가 아는 최고의 경지다. 이는 전혀 꾸밈이 없음과는 전혀 다른 얘기다. 전혀 꾸미지 않은 것은 기교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꾸미지 않은 듯 꾸민 모습에는 굉장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화장에서의 물광을 몇시간씩 내는 것도, 안한듯 자연스러워 보이는 화장에는 색조 화장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처럼, 무기교의 기교는 왠만큼 믿는 구석이 없이는 시도조차 하기 힘든 경지이지 않을까. 

_대부분의 잡지 들의 표지에는 안에 들어있을 내용을 하나하나 선전하느라 바쁘다. 안에는 이만큼 알찬 내용이 들어있소 라고 선전하지만 그 내용과 모습은 유행이라는 이름 하에 다들 비슷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말로 가슴을 뛰게 하는 정보보다는 가쉽거리 가 주를 이루다 보니, 어느 샌가 부터, 잡지는 값이 싸고, 대충 시간 떼우며 읽는 오락거리로 전락했다. 한권의 잡지를 사서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는 사람들의 태도의 문제인가? 소비자는 언제나 현명하다는 가정하에 생각해보면, 잡지 내용의 일관성의 부족은, 보는 사람의 관심사가 편협해서 비롯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광범위 하게 주제를 설정하는 발행인의 관심사로 부터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닐까? 이 순간에도 살아남기 위해 많은 잡지들은 다양한 내용들을 한데에 끌어 모으고 있다. 

_한 곳에 집중 하기가 어디 말처럼 쉬울까. 해야할 일도, 하고싶은 일도 많은데, 딱 하나로 좁혀서 생각하다 보면, 오래가지 않아 골치가 아프다. 생각만 해도, 한곳에의 집중은 쉽지 않은데, 책 한권을 만들어 내려면 얼마나 많은 집중이 필요할까? 그 와중에 뚜렷한 소재와 주제로 방향을 잡아서 간다는 것. 그것이 많은 사람들이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 익스트림 스포츠라면. 

_나는 얼마 전부터 외국 여행을 할 때마다 가장 큰 서점에 들른다. 우리나라에도 큰 서점이 많지만 익스트림 스포츠에 관련된 책은 약속이나 한듯이 찾을 수가 없고, 찾아내어도 옛날에 발행된 책일 뿐이다. 이래서야 문화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나. 나는 대만이나 태국, 인도네시아 발리등의 나라에서 우리나라 서점에서는 구하기 힘든 책들을 손에 얻었다. 인터넷에 수많은 정보들이 넘쳐 나지만 제대로 정리 되어 있는 곳을 찾기는 힘들다. 정보 접근에 편리성은 증가 했지만, 신빙성과 전문성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나는 두꺼운 책들이 좋다. 올 칼라에 큼직큼직한 사진이 들어 갔다면 더더욱. 




_101 매거진 창간호는 참 크다. 창간 준비호는 여느 잡지와 비슷했는데 커서 좋다. 켈리슬레이터나 쵸푸에 관한 원서 위에 올려 놓아도 다 가릴 수 있을 만큼, 크다. 그리고 표지에 너덜거리는 글자들이 쏙 빠짐으로써 화보 간지가 난다. 책장의 한켠을 장식 하기에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내용은 또 어떤가. 광고는 적고, 한권의 내용을 통틀어 대부분이 스노우 보드 관련 내용이다. 이는 스노우보더들에게는 많은 즐거움을, 비 스노우 보더들에게는 호기심과 입문을 돕기에 충분하다. 몇년은 준비 해온 것 처럼, 사진들의 퀄리티는 글에 내용에 맞추기 위해 급조된 사진들이 아니다. 스케일만 큰 사진도 아니다. 다양한 조명 사용으로 미루어 한 시즌을 통째로 바쳐 일궈낸 열매들이 가득하다. 글은 어떤가. 스노우 보드에서는 진수형, 서핑에서는 지봉이형, 자전거 에서는 해란 누나등. 그 문화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진짜' 사람들이, 자신의 문화를 포장없이 알리고 있다. 그래서 읽는 사람도 부담이 없고, 더 마음에 와닿는다. 참으로 모든 면에서 완성도가 높다고 밖에 할 수 없다. 

_술자리에서 옛 친구들을 만나면 이제는 화제가 갈라진다. 그들은 제도권 안에 있고 나는 아직도 제도권 밖에서 어슬렁 거리다 보니, 내가 이야기 하는 자유로운 삶의 비전이 그들의 마음속 까지 도착할 리 없다. "그게 돈이 되겠냐. 이제는 정신 좀 차리라고" 의 말을 듣고 처음에는 정신을 차려볼까 라고 생각도 했지만, 이제는 그들의 말이 내 마음속까지 닿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좋아하는 분야고, 내가 정한 나의 길인 것을. 작은 규모라고 해서 힘이 빠지거나 억울하지는 않다. 내가 기여하고 있는 바가 세상을 조금 씩이라도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 한 나의 미래는 언제나 밝다. 101매거진과 같은 좁고 깊은 주제를 다루는 잡지의 등장 이후에 경제적인 부분을 떠나 나의 미래는 더 밝아 진 듯 하다. 이러한 합리화에 능한 나에게 찾아온 101 매거진은 정말 물건이다. 눈이 녹은 다음의 행보는 어떨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Ps. 폭설 서핑 사진을 찍고 나서 이 사실을 알리자, 두명에게 연락이 왔다. 먼저, 잘나가는 아웃도어 칼럼니스트 로 부터 동아일보에 폭설 서핑 사진을 실어 '대박'을 터트리자 는 제안이었고, 뒤이어 101 매거진 김서영 실장님에게서도 연락이 왔다. 결과적으로 '대박'을 터트리자는 분은 다른 '대박'을 찾아 나섰는지, 자신의 일이 너무 바빠서 였는지 무책임하게 사라져 버렸지만, 101 매거진에는 내가 기고한 글과 사진이 모두 실렸다. 언젠가부터 4차 산업이라는 용어가 생기고, 레저와 스포츠에 돈이 된다고 생각해서 많은 사람들이 돈을 노리고 사업적인 관점에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는 것 같다. 레저와 스포츠를 좋아하는 한명으로써 '대박' 보다는 '진짜' 가 많아 졌으면 좋겠다. 101 매거진이 언제까지나 '진짜'로 빛나기를 기대하며.